| 제목 | ⑭ 'PPX'보다 더 큰 리스크 ’한국정치‘ | 등록일 | 2023-0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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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PPX'보다 더 큰 리스크 ’한국정치‘1. 지난 연말 역대 세제실장 오찬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2023년 한국과 세계 경제를 위협할 리스크로 ‘PPX’를 꼽았다. Powell(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Putin(푸틴) 러시아 대통령, Xi Jinping(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파월의장은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에 이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4.5%로 올려 세계경제를 흔들었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야 했다. 지난 해 2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그 여파가 크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 대한 국제적 신뢰 하락과 혼돈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25%에 이르는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양국 사이에서 가장 곤란해질 나라는 우리나라다. 2. 필자는 PPX 리스크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이보다 더 위협적인 리스크가 ‘한국정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PPX 리스크는 세계 공통적인 위협요소다. 우리의 관리 밖 외생변수다. 설령 그 리스크들이 현실화되더라도 우리에겐 IMF 외환위기 때 온 국민이 똘똘 뭉쳐 극복한 경험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통합의 정치가 사라지고 여야 간 분열과 대립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조그마한 대외 충격에도 나라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정치’가 흔들리면 그 안의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안보도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3. 요즘 정치권의 공방을 보면 목불인견이고 점입가경이다. 과거에도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양당 독과점 패거리 정치와 혐오정치가 도를 넘었다. 정의나 대의는 찾아보기 어렵고, 자기 당이나 계파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어 있다. 정당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인데 지금 한국 정당들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여야는 국정운영의 동반자임에도 서로를 적군개념으로 몰아붙이는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정치현실은 우리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이 예전 같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막말과 증오 정치를 보면서 무엇을 보고 듣고 배우겠는가? 4.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정치개혁이다. 어쩌면 정부가 내건 3대 개혁(연금 노동 교육)보다 더 시급한 과제다. 지금처럼 정부여당과 거대야당이 극한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그렇다. 지난 해 말 우리 국민은 여야 정치권의 힘겨루기, 막판 흥정식 짜깁기 예산과 누더기 법인세율 조정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정치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국회는 앞으로도 중요 안건들을 이런 식으로 처리할 것이다. 왜 그럴까? 선거 때가 되면 제법 괜찮다는 사람들을 영입한다는데 왜 그들마저도 정치권에 일단 들어오면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기 당과 계파에만 충성할까? 왜 소명의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고 생계형·생활형 정치인과 직업형 정치인만 난무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막말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기 진영논리를 강하게 대변해야 괜찮은 당직을 맡을 수 있고, 다음 공천을 받아 당선될 수 있는 현행 정치구조 때문이다. 5. 이런 점에서 우리 정치의 문제는 정치인들의 자질문제도 있지만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 그렇다면 갈등과 진영의 정치를 통합과 협력의 정치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제왕적 단임 대통령제. 양당의 견고한 독과점체제를 가져온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고질적 지역주의,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비례대표제, 디지털시대에 맞지 않는 까다로운 정당설립요건’ 등 서둘러 개혁할게 많다. 독과점체제하에서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치 본래의 기능에 대해 고민도 하지 않는다. 특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영호남에서 독점적 지위를 버려야 지역도 살고, 정당도 살고 한국정치도 산다. 특정정당 공천만 받아내면 무조건 당선되는 구조, 이제 정치개혁을 통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88년 13대 총선부터 무려 34년째 계속되고 있다. 양당 독과점체제를 인물위주의 경쟁체제로 개혁할 경우 많은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공천을 받게 되고 정치인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다. ‘무엇이 나와 우리 당에게 이익이 되는가’의 진영논리가 아니라 ‘훗날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무엇이 국가발전과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기준으로 삼게 될 것이다. 둘째, 여야 협치의 동반 관계가 열리고, 정부여당과 야당은 끊임없이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국가발전과 민생 살리기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셋째,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축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엇박자에서 벗어나 상호 보완 발전할 것이다. 정치권이 민주적 합의를 통해 시장질서와 경기규칙을 정해주어야 시장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의 정치권은 민주적 합의를 거부하고 자기당 이익에만 매몰되다보니 시장경제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6. 현행 정치구조 하에서도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2차세계대전후 식민지로부터 독립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루어 선진국이 된 나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는 세계 10위권이고, 최근에는 세계 강대국 순위 6위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민들의 역동성과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이 가져온 참으로 놀랍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면을 보면 많은 부작용과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국민행복지수는 OECD국가 37개국 중 35위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그리스와 터키뿐이다. 자살률 OECD 1위, 출산율 OECD꼴찌, 높은 이혼율, 날로 증가하고 흉폭해지는 사회범죄 등도 따지고 보면 우리 정치현실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양극화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 그리고 이를 치유 못하는 정치권의 극한대결과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계속되면 성장과 행복이 동행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가로 나아갈 수 없다. 양적 경제성장도 지속성을 잃을 것이다. 여건과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정책은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7. 정치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정치개혁은 다음 세대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는 일인 만큼 정치인들은 목전의 이해관계를 떠나 소명의식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 역시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정치권의 개혁을 감시하고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어떤 정치제도를 갖느냐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에 달려 있다. 전략 면에서는 개헌까지 동시에 추진하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새로운 선거제도하에서 치러지기 어렵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개혁 법률을 먼저 개정하고 개헌은 윤석열대통령 임기 중에 완성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일 것이다.  조세일보/이용섭 법무법인율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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